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시차적 관점] 이후로 오랜만에 새 책이 나왔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마티 책인 [혁명을 팝니다]의 저자 조지프 히스의 신간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입니다. 
원서의 제목은 Filthy Lucre: Economics for People Who Hate Capitalism 입니다. 원제 Filthy Lucre는 부정한 돈이나 이득을 뜻하는 구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치면 '뭐 묻은 돈' 정도 일까요.
한글판 제목은 부제를 따랐습니다. 물론 'hate: 싫어하는'을 '의심하는' 바꿨지만요.

조지프 히스는 대단히 글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고상하고 딱딱한 문체와는 거리가 먼, 재기 넘치고 독설 가까운 가시가 시시때때로 솟아나오는 글쓰기를 합니다. [혁명을 팝니다]와 번역자가 다른데도 특유의 문체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니까, 번역어와를 띄어넘는 원문의 문체와 맛이 있는 듯합니다.
[혁명을 팝니다]는 상업주의가 되어버린 반문화를 비판했다면, [자본주의~]에서는 경제학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좌파에게 일침을 놓습니다. 책 절반은 경제를 잘 안다고 자처하는 우파들이 (알면서도) 범하는 경제적 오류를 지적합니다만, 저자가 생각하는 독자층은 진보연하는 좌파들입니다. 물론 애정 때문이지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 이론을 전공한 히스 본인이 좌파이자 환경론자이니까요. 

좌파들이 너무 경제를 몰라 우파들이 하는 생구라에 번번히 당할 뿐더러, 대안이라고 내놓는 정책들이 안 하느니만 못한 효과를 낳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파를 비판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감탄사를 연발하다가도, 좌파를 까는 부분을 읽을 때는 속이 쓰립니다. ^^;  

히스의 입장은 안타깝게도 자본주의가 단기간 안에 무너질 가망이 없다는 겁니다. 자본주의를 지독히 미워하고 의심해도 그 대안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으니, 자본주의를 개선시키는 데 머리를 맞대보자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윤리적 소비니 공정 무역이니 재활용 등등 일상생활의 실천을 강조하는 뻔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위의 사례들이 대개는 실효가 없는 헛수고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환경론자들을 비롯한 각종 운동을 하시는 분이 읽으면 발끈할 만한 내용으로 수두룩합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스타 정치인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이다. 한 번 올라타면 놓고 떨어지든가, 죽기 살기로 매달려서 끝까지 가든가 둘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출판사들은 파도에 올라탄 서퍼가 아닐까요. 자본주의라는 파도에 익사하지 않고 그 파도를 위에서 타는 것, 그래서 혁명을 팔고, 레닌을 재장전하는 것.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이 튼튼하고 매끈한 서핑보드가 되길 바랍니다. ^^;
                                                                                                              flying penguinman      

by 도서출판 마티 | 2009/06/10 17:29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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